국내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이 맞물리면서 혈액암 환자에서 지정헌혈 등 수급 불균형 문제가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란 경고다.
최근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가 개최한 제8차 학술대회에서 한국형 혈액관리를 정책적으로 체계화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혈액 부족 실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드러난 자리였다.
이날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혈액암 환자가 겪는 어려움으로 고통스런 치료 과정, 고액 의료비를 꼽은데 더해 ´헌혈자 구하기´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 발표를 보면 국내 헌혈자는 2011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지난 2016년부터 혈액암 환자와 가족이 헌혈자를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지정헌혈은 총 14만2355건으로 당해 국내 헌혈 건수 260만4427건의 5.4%를 차지했다. 이중 백혈병, 혈액암 환자에게 중요한 성분채혈 혈소판 3만711건(2021년 국내 헌혈 대비 11.7%)이 지정헌혈이었다.
안 대표는 "환자와 가족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심리적 불안함이다. 병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인들에게 지정헌혈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맥, 유명세에 따라 지정헌혈을 구하고 못 구하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우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은 한국형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PBM은 사전에 빈혈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수술 시 혈액 손실과 수혈 최소화 등을 목적으로 한 다학제적 접근법이다. 지난 2021년 WHO(세계보건기구)가 PBM 도입 필요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올해 공개될 예정이다.
김 소장은 "그동안 혈액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면, 제대로 사용하고 관리할 줄 아는 중대한 시점에 있다"며 적정한 사용을 정책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가 신설됐고,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복지부 소속으로 개편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정부에서 혈액관리 조직을 확대·개편하며 혈액 공급 초점에서 관리로 무게추를 옮기는 흐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 환경 특징이 ´낮은 수가´와 ´저렴한 혈액 가격´이다. 수혈을 저렴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상은 값비싼 치료다. 귀중한 만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 소장은 "의사들이 적절한 수혈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혈액값이 저렴하지 않고, 의료기관에 싸게 공급될 뿐인데 불필요한 치료를 하면 비용이 증가한다.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를 고려하면 외국과 다름없는데 국가적 의료비가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외국과 국내의 심장수술 수혈률은 한국이 75~95%인데 미국은 29%로 큰 차이가 있다. 슬관절치환술 수혈률도 한국은 62.1%이지만 미국 85, 영국 8%, 호주 14% 등 개선점이 지적되고 있다.
김 소장은 "사실 의료 관행이나 전통적 치료를 어떠한 개념으로 바꾼다는 건 문화가 바껴야 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빠르게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책이다. 수가나 평가, 인증제도 같은 정책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모든 노력은 의료진이나 정부가 아닌 환자를 위해서다. 혈액이 부족한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려는 개념이 PBM"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소장이 생각하는 한국형 PBM은 어떤 형태일까. 국내에서 정책적으로 성공한 ´의료기관인증제도´를 예로 들었다. 의료기관인증제처럼 합리적인 환자혈액관리 의무화 정책을 도입한다면 1년 이내 정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를 위해선 ▲혈액·혈액관리 수가 개선 ▲수혈대체 치료제, 치료 재로 보험 기준 완화 ▲혈액관리 행정 체계 독립, 안전 감시 체계 마련 ▲의료기관 내 PBM 도입을 위한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출처 : 팜뉴스(http://www.phar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