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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김호진 대한신경면역질환학회 회장(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매경헬스, 김호진)

등록일
2023-01-05
조회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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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마저 생소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내 몸이 나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시신경과 척수 등이 망가지면서 실명과 하지 마비를 포함한 다양한 장애를 남긴다. 1894년 프랑스 의사인 유진 데빅(Eugene Devic)이 "양측성 시신경염과 급성 척수염이 동시에 발생하는 신경성 면역질환"이라고 처음 언급해 ‘데빅병’이라고도 불렸다. 애초 다발경화증의 아형으로 여겨졌지만, 2004년 시신경척수염 환자의 혈청에서 아쿠아포린-4(aquaporin-4)라는 질병 특이 항체가 발견되면서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되고 있다.

시신경척수염의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0.5명~10명으로 드문 편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왕성한 40대에 주로 발병하는데다 5년 이내에 약 90%에서 병이 재발해 한 번 발병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기준 유병률은 10만 명당 3.56명으로 평균 43.08세에 발병한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4.7배나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시신경척수염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조기 진단과 재발 방지 중심의 적극적인 치료다. 시신경척수염의 인식 재고에 힘쓰고 있는 김호진 대한신경면역질환학회 회장(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 교수)에게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위험성과 특징, 치료 전략을 들었다.


김호진 대한신경면역질환학회 회장(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 교수)가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이름마저 생소하다. 어떤 병인지 설명해준다면.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처음에는 시신경척수염이라 불렀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력을 담당하는 시신경을 손상시키는 시신경염과 사지의 운동 및 감각을 담당하는 척수를 침범하는 척수염이 주요 증상으로 발현한다. 하지만 뇌를 침범해 다양한 신경 증상을 유발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이후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이라는 긴 진단명이 만들어지게 됐다. 세계적으로 10만명당 0.5~10명 가량에서 발견되는 희귀질환이며 국내 유병률은 3.56명(2017년 기준)으로 보고된다. 사회생활이 가장 활발한 40대 초반에 주로 발병한다.

- 주요 증상과 특징은.

주된 증상은 수일 내에 급격하게 진행하는 시신경염과 척수염이다. 시신경염은 안구 통증과 함께 시력 및 색감 저하가 주로 나타나며 심한 경우는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척수염은 주로 팔다리 마비와 감각 저하를 동반한다. 40% 이상에서 보행장애, 대소변 조절 기능 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아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주로 성인 때 발병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으로 활동이 활발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많은 책임을 갖는 30~40대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애초 다발성경화증이었다가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됐다고 하던데.

2004년 이 병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자가항체인 ´아쿠아포린-4´가 발견됐다.이후 면역학적 검사법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다발성경화증과는 병리기전, 치료, 예후가 다른 독립된 질환임이 규명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기존에는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한 아형으로 여겨지던 희소돌기아교세포당단백질(MOG) 항체 연관 질환도 MOG라는 관련 항체의 발견으로 독립된 질환으로 규명됐다. 앞으로도 면역학적 검사법이 발전해 특징적인 항체가 발견되거나, 임상 양상이 규명되면 구분이 어려웠던 중추신경계 면역 질환이 새로운 질환으로 추가 확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발성경화증과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어떤 차이가 있나.

수일 이상 지속하는 딸꾹질이나 반복되는 구토는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16~43%에서 관찰된다. 이는 다발성경화증에서는 매우 드물어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다. 더 중요한 차이는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이 재발률이 높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면역치료 없이는 환자 대부분이 재발을 경험한다. 이 경우 첫 발병 시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로서는 더욱더 절망하게 되고, 평생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어떻게 치료하나.

치료는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우선 마비, 시력 저하 등의 급성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급성기 치료가 필요하다.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주사를 3~5일간 투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런데도 신경계 기능 회복이 불충분하면 5~7회의 혈장분리교환(plasma exchange/plasmapheresis) 또는 정맥면역글로불린 치료를 가급적 빨리 시행해야 영구장애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다. 급성기 치료 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 면역억제 치료가 필요하다. 아자티오프린, 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 그리고 B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리툭시맙 등이 쓰인다. 모두 허가 외 사용 약제로 인정 비급여 처방을 해야 하므로 환자의 나이, 질병 상태 및 경제 상황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토실리주맙이라는 항인터루킨-6(IL-6)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치료도 사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에쿨리주맙(Eculizumab), 이네빌리주맙(Inebilizumab), 사트랄리주맙(Satralizumab)과 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3가지 표적치료제가 국내에서도 승인됐는데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실제로는 많은 환자의 치료에는 쓰이지 못하고 있다.

-재발을 막는 면억억제 치료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발병 및 재발에는 아쿠아포린-4 항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항체가 중추신경계의 별아교세포(astrocyte)의 수분통로단백질에 결합하면서 보체계가 활성화되고, 이후 면역세포가 대량으로 중추신경계 내로 들어오면서 심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신경이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은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시작 요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재발에 관여하는 ´면역고리´ 중 하나를 차단해 치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완치는 어렵겠다.

현재 사용 가능한 장기 면역치료는 모두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 재발 확률을 낮추는, 다시 말해 질환의 완전한 조절을 목표로 하는 치료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승인받은 약제 중에 에쿨리주맙은 1년 동안 투여군의 3% 환자만 재발해 대조군(43%)보다 재발 위험을 94%나 감소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재발 없는 ´완전한 조절´이 많은 환자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이를 포함한 3가지 치료제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경구 면역억제제보다 재발 방지 효과가 우수한 리툽시맙 치료도 1차 치료에 실패한 경우에 한해 급여 인정이 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약제를 먼저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고가의 약제라도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희귀질환에는 비용만으로 급여 여부를 판단하기 보는 장기적인 사회적 손실 및 기회비용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극심한 장애와 재발로 인한 두려움에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승인받은 새로운 약제의 급여화가 시급하다.

- 급여 확대 외에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 안과, 소아과를 포함해 잠재적으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환자를 먼저 접할 수 있는 여러 과는 아직도 질환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저조하다. 신경과는 이보다 낫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영구 장애가 생기기 전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인 만큼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더욱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 매경헬스(http://www.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