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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국민일보] 담배로 매일 170명꼴 죽는데… 코로나로 더 위험해졌다 (서홍관 총장)

등록일
2021-04-06
조회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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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로 매일 170명꼴 죽는데… 코로나로 더 위험해졌다

 

연기 뱉을 때 바이러스 함께 나와
흡연자 감염 위험 79%나 더 높고
폐기능 약화로 저항력도 떨어져
중증 악화 1.9배·사망 확률 2.4배
위험성 부각 금연정책 확대해야


흡연은 코로나19 감염과 중증 진행, 사망 위험을 높인다. 마스크를 쓰고 벗는 과정에 담배를 피우는 손이나 연기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1. 40대 중반의 직장인 A씨는 금연을 시도 중이다. 20대 초반부터 매일 한갑씩 담배를 피워왔고 마흔을 넘기면서 끊으려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가족들이 담배 냄새를 싫어해 2년 전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고열로 쪄서 나오는 증기 흡입)로 갈아탔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으로 회식과 모임이 줄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담배에 대한 유혹도 줄었다. 다시 금연 의지가 강해졌다. A씨는 "좁은 흡연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울 때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느껴졌다"고 했다.

 

#2. 흡연자인 60대 후반 B씨는 공무원 은퇴 후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다. 외향적 성격으로 은퇴 후에도 운동, 산악회, 여행 등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사람들과 교류가 줄면서 외로움과 우울감이 더해졌다. 집에만 있다 보니 흡연 욕구가 자꾸 생겼고 담배를 입에 무는 일이 잦아졌다.

 

국립암센터 금연전화상담 사례인 A씨와 B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흡연자의 두 모습을 보여준다. 흡연을 부추기는 사회적 환경이 줄어 금연 실천의 기회가 되는 한편,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서 흡연량이 늘어 오히려 금연이 어렵게 된 것이다. 금연을 돕기 위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지 시사한다.

 

흡연은 코로나19 감염과 중증 진행, 사망 위험을 높인다. 실내외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 비말이나 오염된 손을 통해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인체 내 수용체(ACE2)가 흡연자에 훨씬 많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영국인 5만3000명 대상 연구에 따르면 여러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79% 높았다. 마스크 착용 같은 필수적 행동을 흡연자는 30%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은 폐기능을 떨어뜨려 신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기 어렵게 하고 산소 혹은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중증 진행 확률을 높인다. 코로나19 감염자 중 흡연자의 중증질환 가능성은 비흡연자의 1.9배, 사망 확률은 2.4배 높다는 연구가 있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감염도 우려된다. 코로나19에 걸린 흡연자가 내뿜는 담배 연기에는 바이러스도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간접흡연 자체를 코로나19 전파의 위험 행위로 규정하고 카페와 음식점 등의 실내 흡연실 운영을 중단하도록 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종담배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부 박은영 박사는 “아직 뚜렷한 연구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나 가열담배 모두 폐를 통해 들이마시는 만큼 폐 손상으로 인한 위험이 예상된다.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손을 입에 자주 대는 행동이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4월 임신부, 65세 이상, 당뇨병·고혈압·심부전·암 등 기저질환자들과 함께 흡연자를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은 금연 실천의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금연을 적극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나 메시지는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금연 정책이 실종됐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 전문가는 “작년 정부가 한 것은 흡연자를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포함한 것 외에 없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방역당국 브리핑을 통해 몇 차례 코로나19와 흡연의 위험성, 금연의 중요성을 알렸지만 유행 확산과 방역에 초점에 맞춰지다보니 금연 이슈가 묻혀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국 17개 지역금연지원센터의 4박5일 입원형 전문치료 프로그램(금연캠프)이 한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대부분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됐지만 이용률이 저조하다.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중 유일하게 금연상담전화는 비대면 채널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용이 늘었다. 지난해 총 상담 건수는 전년보다 42.8% 증가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6월 시행된 ‘흡연구역 과태료 감면제도’나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 다른 금연지원서비스 중단에 따른 반사적 증가로 추정되며 코로나19 위험성으로 금연을 시도하는 이용자 증가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지표를 보면 지난해 성인(지역사회건강조사)이나 청소년(온라인건강행태조사) 흡연율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모두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흡연율이 감소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데이터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 전문가는 “흡연율 조사에 혼동이 있을 수 있다. 흡연자들이 태우는 일반담배를 쓰다가 가열담배로 갈아타고서는 금연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열담배도 사실상 궐련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가열담배인 아이코스의 경우 미국에서 특정 유해물질의 배출이 적어 ‘노출 저감’ 제품으로 허가됐지만 그렇다고 ‘위험 저감’ 인가를 받은 건 아니어서 일반담배보다 질병 위험을 낮춘다고 볼 수 없다. 박은영 박사는 아울러 “코로나19에 걸릴 위험 때문에 담배를 끊거나 줄이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스트레스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흡연량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앞서 영국 연구에서 흡연자의 13.4%는 흡연량이 줄었지만 42.2%는 흡연량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유행 지속 상황에서 금연 상담과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흡연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학술 연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며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작업이 따라야 한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코로나19로 지금까지 1700여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지만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일 170명꼴”이라면서 “코로나19 감염보다 담배 피우는 것이 더 해롭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금연은 필수지만 혼자 힘으로 담배를 끊기란 쉽지 않다. 혼자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 확률은 3~4%에 그친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금연을 포기하거나 전자담배 같은 대안을 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선은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 상담과 함께 금연 치료약 처방을 받고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서 원장은 “가정의학과나 내과에 가면 금연약을 3개월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서홍관 총장

원문기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85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