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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머니S] “코로나 백신, 당신은 당장 맞겠습니까?” (기모란 교수)

등록일
2020-12-31
조회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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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당신은 당장 맞겠습니까?”
[신년 인터뷰] 기모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사망자 줄이려는 영·미 백신 접종, 한국과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왜 필요하다고 보세요? 예방을 위해서일까요? 지금은 사망자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미국과 영국은 백신을 당장 도입해야 할 만큼 시급하지만 한국은 아닙니다. 오히려 백신 접종으로 인한 리스크(부작용)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예방의학 전문의)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 ‘예방’ 차원에서 백신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달리 그는 무엇보다 ‘안정성’을 강조했다.

 

12월16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국가암예방검진동 연구실에서 만난 기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함께 예방의학 전문가로서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등 방역대책을 논의하는 정부의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 2~3월 1차 대유행(대구·경북)과 9월 2차 대유행(8·15 도심집회)을 겪으면서도 ‘빠른 방역’으로 전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11월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5단계로 세분화하면서 단계별 방역 기준은 이전보다 완화됐다는 평이다. 이로 인해 현재의 3차 대유행은 통제가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단계별 방역 기준 변경에 대해 기 교수는 “생활방역위원회 위원 대다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에 대해 우려했다”며 “지금 와서 보면 2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사회에 잔존해 있는 감염 위험도가 높고 겨울이란 불리한 환경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돌아봤다.

 

거리두기 단계는 개편 전 2단계(일일 확진자 50~100명 규모)에서 1.5단계(수도권 100명 이상·지방 30명 이상)나 1단계(수도권 100명 미만·지방 30명 미만)로 완화됐다. 일일 확진자는 수백 명 규모로 다시 늘어났고 정부는 대응을 위해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했다. 하지만 1·2차 대유행에서 먹혔던 단계 상향은 이번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결국 1차 대유행을 뛰어넘는 1000명 이상의 기록적인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K-방역도 도마에 올랐다.

 

기 교수는 “1차는 신천지, 2차는 도심 집회라는 타깃이 있었다. 이들만 찾아내 격리시키면 감염을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차는 1·2차 때와는 달리 타깃을 정할 수 없다. 그동안 감염 위험지대로 분류되던 운동·체육시설을 비롯해 가족과 지인 모임 및 직장 등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진짜 필요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전국 3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면적으로 국민의 이동을 차단해 접촉을 막자는 취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주간 일일 평균 확진자 수는 959명(21일 기준)으로 이미 3단계 격상 기준에 부합한다.

 

하지만 기 교수는 전국 3단계 격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당장 3단계로 높이더라도 확진자 수가 곧바로 줄어들지 않는 데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점에서다.

그는 “3단계를 시행하더라도 효과가 나오려면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걸쳐 2.5단계와 비교 불가능한 파급력을 가진 3단계 격상은 정말로 최후의 수단이다. 당장은 확산을 억제하고 감소시키는 것이 좋은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3차 대유행은 우려가 크지만 조금씩 잡혀간다는 게 기 교수의 분석이다. 그 근거로 ‘감염재생산지수’(R) 연구자료를 들었다. 환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켰는지 수치화한 것으로 ‘1’ 이상이면 유행의 크기가 커진다는 의미다.

 

기 교수는 “수도권 내 감염재생산지수는 1.2로 한 주 전보다 소폭 줄었다. 시민의 움직임이 많이 줄어 감염재생산지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단검사 수에도 집중했다. 유행을 빠르게 억제하려면 진단검사 수를 늘려 감염자를 빨리 찾아내 격리하는 게 최우선이란 뜻이다. 그는 “국내 여건상 하루 10만~13만여건가량 진단검사가 가능한 만큼 검사 수를 더 확대해야 한다”며 “최근 임시 선별 진료소 130여곳을 설치하고 익명검사를 시행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백신 확보 논란… 영국·미국과 다르다


내년 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이란 정부의 발표에도 백신 물량과 접종 시기 등을 두고 곳곳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백신 확보 상황에서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의 역할은 유행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사망자를 줄이기 위함”이라며 “다른 국가가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순간에 인구의 60~70%를 접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백신으로 인한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의 요지는 영국·미국·캐나다처럼 사망자 수가 많은 나라는 백신 접종으로 사망률을 줄이는 이점이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K-방역’은 다른 국가보다 코로나 유행과 이로 인한 사망을 억제했다는 큰 수확을 거뒀다. 백신에서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고 다른 나라의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이란 게 그의 평가다.

 

정부는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선구매 계약을 확정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뿐이다. 이 때문에 영국과 미국에서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 백신이나 모더나 백신 확보엔 다소 늦은 감이 있지 않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러한 비판에 기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은 일반 바이러스 백신으로 사용한 적이 없고 심지어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며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자국 기업도 아닌 해외기업에 예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미 코백스퍼실리티(글로벌 백신 공급 기구)와 계약을 맺고 1000만명분을 일찍부터 확보한 만큼 급할 필요가 없었다”며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 개발 성공 후 구매계약을 했어도 결코 늦은 것도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기 교수는 “내년 2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의 접종이 시작된다. 남은 기간 동안 부작용과 관련된 리스크는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접종 대상에는 노인과 의료진 등이 포함될 것이며 이후 코로나 위험 수준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1년 K-방역, 병상 확보에 집중하라


앞으로 코로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기 교수는 공공병상 확보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병상이 많은 편이지만 코로나19 환자를 소화할 공공병상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병상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속출하면서 병상 확보 문제가 거듭 강조되고 있다.

 

기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 병상은 민간병원을 포함한 전체 병상 수의 5%뿐이다. 이에 기 교수는 “병상 부족 문제는 꾸준히 정부에 건의해왔지만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확보되기 시작했다”면서 “3차 대유행을 잘 막는다고 해도 4~5차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며 공공병상 확보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공공 병상을 늘리면 현재의 유행 규모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기 교수는 예방의학 전문의로서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결국 방역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인력을 늘려 전파를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내년부터 시작될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유통과 운송 및 우선 접종대상자 선정 등 사전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기모란교수

원문기사 : https://moneys.mt.co.kr/news/mwView.php?no=2020122414558085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