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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이른 아침 무거운 뭔가로 누르는 듯한 두통 있으면 의심을(국민일보, 곽호신)

등록일
2022-07-21
조회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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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정모(45)씨는 8년 전 오른쪽 뇌섬엽에 ‘희돌기교세포종’이라는 희귀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두 번의 수술 과정에 왼쪽 손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겪고 6차례의 힘든 항암치료를 견뎌낸 뒤 지금까지 재발없이 지내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이 뇌종양 진단을 받으면 대개 생이 얼마 안 남은 것으로 그려진다. 뇌종양은 그만큼 두려운 질병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뇌종양 중에는 정씨처럼 5년을 훌쩍 넘기고 10년 가까이 생존하는 좋은 예후의 유형도 있는 만큼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머리 안 조직에 생기는 뇌종양은 국내에서 매년 2000명 안팎이 새롭게 진단받아 유병률로 보면 희귀암(인구 10만명 당 6명 미만 기준)에 속한다. 기원에 따라 원발암과 전이암(다른 장기 암이 뇌로 옮겨옴)으로 나누기도 하고 악성도에 따라 양성 뇌종양과 악성 뇌종양으로 구분한다.

 

50여가지나 되는 양성 뇌종양은 뇌수막종과 뇌하수체 선종이 50% 정도를 차지하며 대부분 수술 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여러 매체에서 주로 예후가 안 좋게 묘사되는 악성 뇌종양은 흔히 ‘뇌암’으로 불리는 교모세포종이 대표적이다. 뇌 신경세포에 생기는 교종의 일종으로 치료가 어렵고 진행이 빠르다. 국립암센터 곽호신 신경외과 전문의는 20일 “뇌를 호두에 비유하면 뇌암은 호두 알맹이 자체에 병이 든 것으로 고치려면 (수술로) 파내야 한다. 반면 양성 종양은 호두를 싼 막이나 껍질에 병이 생긴 것으로 그 부위만 잘 제거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그래서 5년 생존율이 80% 이상이고 10년 생존율도 7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신경교종의 50%를 차지하는 교모세포종은 수술이나 방사선, 항암 등 적극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생존 기간이 18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 암이다. 5년 생존율은 3% 미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장남이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교모세포종으로 일찍 유명을 달리했다.

희돌기교세포종은 신경세포를 둘러싸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위에 생긴 종양으로 신경교종의 4~8%를 차지한다. 교모세포종과 달리 15년 생존율을 따질 정도로 예후가 좋은 편이다. 희돌기교세포종의 10년 생존율은 70%, 15년 생존율은 50%를 웃돌고 적극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뇌종양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근래 분자생물학 발전으로 뇌종양 발생에 연관된 유전자들이 일부 규명되고 있으나 전체 뇌종양의 5~10%만 발생에 관여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바이러스 감염이나 흡연, 외상, 진통해열제, 피임약, 수면제, 신경안정제, 마취약 등 환경적 위험 요인에 대한 연구들도 다수 이뤄졌으나 상관성이 확실히 입증된 것은 없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 사용과 뇌종양 관련설도 제기됐으나 위험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대부분 단순 역학조사에 의한 통계적 유의성 수준을 보여주는 정도다. 제대로 된 코호트(동일집단) 비교나 관찰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뇌종양은 원인이나 위험요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현재로선 권장되는 예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조기 검진의 효율성도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신경외과를 찾아 진찰 및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뇌종양의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 간질·발작, 신경마비다. 증상은 뇌종양의 종류가 아니라 종양 위치와 크기에 따라 다르다. 대개 종양이 3㎝ 정도 되면 증상이 나타난다. 뇌종양에 의해 신경세포 외 공간에 부종이 생기면 뇌압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특징적인 두통이 유발된다. 흔히 스트레스성 혹은 신경성 두통이 오후 시간대에 찾아오는 것과 달리 뇌종양에 의한 두통은 이른 아침에 주로 나타난다.

곽 전문의는 “아침에 누르는 듯한 무거운 두통이 생기면 의심해 봐야 하는데, 실제 두통 자체로 뇌종양이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고 구토와 함께 언어나 눈 등 마비 증상이 동반돼야 진단된다. 구토는 오심이나 식욕저하 같은 소화불량 증상 없이 아침밥 잘 먹다가 갑자기 토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간질·발작은 운동신경이 있는 뇌 부위에 종양이 있을 때 잘 생긴다. 온몸이 뻣뻣해져 쓰러지고 곧 입술이 파래지며 사지를 부들부들 떨다가 거품을 물면서 늘어진다. 뇌종양 환자의 10~20%에서 간질·발작이 나타나며 희돌기교세포종에서 초기 증상으로 흔하다.

뇌종양이 생긴 부위에 따라 신경마비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다만 운동 언어 감각 시야 청각 등 본인이나 가족들이 인지하기 쉬운 뇌신경 기능 장애가 나타나지 않으면 초기 감별이 어렵다.

의욕 성격 감정 등 기능을 하는 뇌의 앞부분 전두엽에 뇌종양이 생기면 처음에 가족이나 지인들은 ‘사람이 좀 변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종양이 조금 더 커져 전두엽 기능이 상실되면 말을 잘 하지 않는 묵언증, 스스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무운동증이 생겨 갱년기장애나 우울증으로 오해하기 쉽다. 더 진행해 요실금까지 오는 경우에는 중증 치매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곽 전문의는 “또 측두엽(관자놀이)에 종양이 있으면 충동 조절을 잘 하지 못하고 단기 기억장애가 겹치는 경우도 많아 조현병 환자로 비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으로 종양의 완전 제거가 최선이다. 하지만 완전 제거가 불가능할 경우 부분 제거로 뇌압을 낮추고 종양을 줄인 후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50998&code=14130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