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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청년의사] "현실 알아야 대책 수립" 대선 앞두고 실태조사 나선 외과여의사회

등록일
2021-09-29
조회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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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는 오랫동안 의사들이 전공의로 지원하길 꺼려하는 ‘기피과’였다. 그러나 남녀 비율로 보면 큰 변화가 있었다. 한 해 배출되는 외과 전문의 중 여성이 한명도 없던 시절도 있었다. 많아야 5명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전체 외과 전문의의 10% 정도가 여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외과 전문의는 총 5,603명이며 이들 중 여성은 585명으로 10.4%를 차지했다. 외과 전공의들 중에서 그 비중이 더 늘어 38.5%(55명)가 여성이다.

여성 비율이 늘면서 그동안 눈감아 왔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련환경은 열악하고 여의사의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에 여성 외과 전문의들이 뭉쳤다. 이들은 대한외과학회 산하에 대한외과여자의사회를 창립했다. 지난 8월 29일 창립총회와 함께 제1회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외과여의사회에는 전문의뿐만 아니라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창립하자마자 140명 정도가 회원으로 등록했다.

초대 회장은 국립암센터 외과 이은숙 교수다. 이 회장은 여성 최초로 국립암센터 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여성 외과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문제에 먼저 접근해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외과여의사회가 첫 번째 정책연구과제로 ‘한국 여성 외과 의사의 근무 실태 및 위상조사’(전남의대 소아외과 이주연 전임의)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회장은 외과부터 시작된 변화가 성형외과나 정형외과 등 외과계열로 퍼져 ‘여성 서전(surgeon)’의 근무환경과 역할이 확대되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한외과여자의사회 초대 회장을 맡은 국립암센터 이은숙 교수는 지난 15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 전문과목 중 여의사회를 최초로 설립했다. 외과여의사회가 왜 필요한가.

외과에서 여성 비율이 많이 늘었다. 외과 전문의는 10%, 전공의는 38%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 비율이 많이 올라갔는데도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는 여전히 힘들다. 여의사의 권익을 찾는다기보다 애로 사항을 들어주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쌓이기 시작했다.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 등 여성만 겪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다. 그동안은 각개전투를 해 왔다면 이제는 단체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여성 외과 전문의나 전공의가 70~80명 정도 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먼저 나섰다. 외과부터 시작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되면 성형외과나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으로 확대하는 게 어떨까 하는 포부도 갖고 있다.

- 한국여자의사회가 아닌 외과학회 산하다. 이유가 있는가.

여의사회는 사단법인이기도 하고 우리가 설립하려는 외과여의사회와는 성격이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외과여의사회는 외과 전문의가 많은 대학병원 등이 위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의사회는 개원의 등 다양한 직역을 아우르고 있다. 또 외과 의사들이 모이는 만큼 외과학회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창립하자마자 정책연구와 임상연구 과제를 하나씩 채택해 연구비를 지원했다. 특히 정책연구과제로 ‘한국 여성 외과 의사의 근무 실태 및 위상조사’를 진행한다.

문제를 풀려면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전공의법은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이다.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 전공의의 수련 문제도 있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면 대체 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전체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장에서 여성 외과 의사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사해서 정책 대안을 제시해보고 싶다. 전공의와 전임의, 교수의 생각이 다 다르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실태부터 파악한 뒤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 결과는 언제 나오나.

내년 초에는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1.000명 정도를 조사할 계획이다. 내년 3월 대선이 있고 새 정부가 들어서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환경이 뒷받침되면 더 잘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니 아이를 낳지 않는 등 여성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여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을 바꿔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 접근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육아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슈퍼우먼을 꿈꿨다면 이제는 슈퍼우먼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주당 120시간씩 일하면서 병원에서 먹고 자던 시절과는 다르다. 규칙을 만들기 시작하니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또 여의사 비율이 늘었다. 기존에는 숫자가 적으니 말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 의사 사회는 다른 직종에 비해 성평등이 이뤄져 있지만 승진 등 여성의 리더 그룹 진입로는 막혀 있다.

- 이제 막 출발한 외과여의사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나.

지금까지는 미분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적분의 시대로 들어왔다. 융합의 시대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다른 분야도 배워야 한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만 매몰되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여의사들에게 닥친 현실적인 문제도 다루지만 결국 의사라면 환자를 잘 치료하고 학문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 때문에 외과여의사회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되길 바란다. 정책연구뿐만 아니라 임상연구과제(‘상처가 없이 파행중만 호소하는 말초동맥질환에서 고압산소치료의 효용성 평가’)도 선정해 지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 ‘여성 서전’으로 30년 정도 수술실에서 환자들을 수술해 왔다. 후배 외과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자들이 의사에게 몸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의미다. 가끔 근본으로 돌아가서 저 환자가 자신의 몸에 메스를 댈 수 있도록 맡겼다는 점을 생각하고 ‘나는 최선을 다했는가’를 되뇌어봤으면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어느 순간 수술이 노트에 무엇인가를 쓰는 정도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수술대에 오른 환자가 보내는 신뢰와 믿음을 헤아리길 바란다. 루틴으로 해 왔던 일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고 마음을 열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마음이 열려 있어야 배울 수 있다. 환자의 절실함을 한번씩 들여다보는 의사였으면 한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