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의 발암성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술의 건강 위험성을 알고도 마시는 것은 개인 선택이지만, 유해성을 알리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 보건의 역할입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오진경(사진) 교수의 지적이다. 알코올에 의한 암 발생 기전은 명확히 규명돼 있진 않지만 몇 가지는 설명 가능하다. 술에 든 에탄올은 ‘유전적 다형성’을 촉진하는데, DNA 돌연변이를 가져와 암을 유발한다. 특히 에탄올의 간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큰 역할을 한다.
오 교수는 20일 “음식 담배 공기오염 직업적 환경 등을 통해 몸에 들어온 다른 발암물질들(니트로사민 우레탄 비닐클로라이드 벤젠 등) 역시 간에서 대사되는데, 음주로 인한 에탄올의 간 대사 과정에 서로 경쟁하게 돼 DNA손상을 더욱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비타민A(레티놀)는 세포 증식 및 분화, 사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술을 마시면 간에서의 비타민A 흡수를 방해해 비정상 세포의 무한증식, 즉 암화를 촉진한다. 체내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 역시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데, 여성의 음주는 이런 호르몬 수치를 증가시켜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오 교수는 “캐나다 연구를 보면 음주와 흡연을 같이 할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데, 특히 대장암과 전립선암에서 뚜렷했다”고 부연했다.
오 교수는 “음주에 관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규제를 통해 사회적 규범을 바꿀 수 있다”면서 “홍보·교육·캠페인을 통해 술의 유해성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전방위적 알코올 규제 정책(가격 인상, 광고 및 판매시간 제한, 음주구역 제한 등)의 강화와 실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음주문화 개선 포럼에서 “우선 건배사를 없애자”고 제안하며 “남에게 발암물질을 강권하는 잘못된 문화”라고 지적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87973&code=14130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