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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And 건강] 약간의 술, 건강에 유익?… “대단히 오해 많고 과장된 정보”(국민일보, 오진경)

등록일
2023-02-21
조회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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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한두 잔의 술은 건강에 좋다’는 상식이 통용됐다. 한마디로 술은 한 모금도 안하는 사람에 비해 약간의 음주를 하는 사람의 건강이 더 좋다는 얘기다. 과거 한두 잔의 와인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적포도주 속 항산화물질(탄닌)이 질병 예방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막걸리가 발효주로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통했다. 이런 인식의 출발점은 1992년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연구논문에서다. 프랑스 남부 사람들이 육류 등 포화지방을 많이 먹음에도 협심증·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이 낮은 이유가 해당지역에 많이 소비되는 적포도주의 적당한 섭취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이후 2002년 17만6000명 대상 10건의 연구에서 와인 섭취량과 혈관 위험의 관계가 ‘J자형 커브(J-shape curve)’로 관찰됐다. 매일 와인 150㎖ 섭취 때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역상관성이 발견된 것. 즉 1잔 이내 와인은 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후 개별 연구를 통해 소량 음주의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당뇨 위험 감소 효과 등이 알려지며 약간의 술은 건강에 유익하다고 널리 퍼지게 됐다.

건강위험 최소화 음주량은 제로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오진경 암관리학 교수는 20일 “J자형 커브는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적게 마시는 사람보다 질병 위험이나 사망이 오히려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선행연구를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나 대단히 오해가 많고 과장된 정보”라고 지적했다. 후속 연구들에서 술 속의 성분 보다는 알코올 양 자체가 질환과 관련있다고 밝혀지면서 주종에 상관없이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롭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오 교수는 “과거 연구에선 설계 시 술을 안 마시는 그룹에 건강 문제로 술을 중단한 경우도 포함돼 가장 건강하다고 볼 수 없는 이른바 ‘편향성’(sick quitter bias) 문제가 간과됐다”고 말했다. 이런 왜곡 문제를 통제하고서도 J자형 커버를 보인 것은 허혈성 심혈관질환 뿐이며 암을 비롯한 다른 질환들은 우상향, 즉 음주량에 비례해 질병 위험이 점차 올라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18년 랜싯에 발표된 알코올의 다양한 질병 부담 글로벌 연구(GBD)를 통해 재입증됐다. 허혈성 심장질환, 당뇨병, 허혈성 뇌졸중에서 J자형 커브가 관찰됐으나 허혈성 심질환을 빼고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오 교수는 “전체 질환을 합쳐서 볼 때 소량 음주의 심혈관 보호효과는 상쇄돼 J자 커브가 사라졌다. 따라서 건강 위험을 최소화하는 음주량은 ‘제로(0)’”라고 강조했다.

소량의 음주와 암발생 위험성을 밝힌 연구들은 더 있다. 2013년 음주와 암발생의 관계를 보고한 전세계 222개 역학연구 자료(온콜로지연보 발표)가 대표적이다. 분석 결과 하루 1잔의 가벼운 음주(알코올 섭취량 12g 이하)로도 구강·인두암 17%, 식도암 30%, 유방암 5%, 간암 8%, 대장암 7%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한국인 소량 음주와 암 위험 입증

국립암센터는 최근 한국 남성 대상으로 소량 음주와 암위험성을 밝힌 연구결과를 내놨다. 오 교수는 “기존 많은 연구에서 한 시점에 측정된 음주 상태만을 기준으로 음주 여부를 판단했기 때문에 현재 술을 마시지 않는 그룹에 비음주자 뿐 아니라 술을 끊은 사람까지 섞이게 돼 연구 오류가 발생했다”고 했다.

암센터는 이런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 2002~2007년 3회 이상 반복 측정된 음주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남성 283만명)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지속적인 소량 음주(하루 1잔, 알코올 섭취량 1~9.9g), 지속적 중등도 음주(2~3잔, 알코올 섭취량 10~29.9g), 음주량 감소(5잔→2잔), 음주량 증가(2~3잔→5잔), 지속적 고음주(5잔 이상, 알코올 섭취량 50g 이상) 그룹으로 구분하고 지속적 비음주 그룹 대비 암 발생 상대 위험도를 평가했다. 이들 대상군을 2008~2018년 약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총 18만9617명에게 암이 발생했다.

분석결과 1회 음주 측정 시에는 소량 음주에서 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이른바 ‘J자형 커브’가 관찰됐으나 반복 측정한 경우 J자 커브가 사라지고 꾸준한 소량 음주에서도 암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주량이 많을수록 암 위험이 커지는 ‘용량-반응 관계’도 뚜렷했다. 특히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대장암 위암 담낭·담도암은 소량 음주로도 위험성이 증가했고 간암 췌장암 폐암은 고음주에서 위험이 높아졌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간 제기됐던 ‘sick quitter bias’를 통제하고 소량 음주에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과학적 증거를 한국인 대상으로 처음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Journal of Epidem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음주 행위와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 술의 간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모두 1급 발암요인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한 알코올 전문가는 “한국 사람은 방사선, 라돈, 담배 등 생활 속 발암물질에 굉장히 민감한데, 1군 발암물질인 술은 일상에서 쉽게 마신다”며 “대다수 국민은 알코올이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을 평소 잘 인지하지 못하고 막연히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롭다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IARC “음주로 7가지 암 위험”

IARC는 음주로 인한 발생 위험이 일관되고 충분한 근거로 입증된 암으로 구강암 인후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직장암) 등 7가지를 꼽고 있다. 근래 췌장암 위암 폐암 담낭·담도암 등과의 연관성 연구도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IARC 공식 규정 근거로는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국민의 월간 음주율은 줄고 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53.7%)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음주율(한 번 술자리에서 주종 상관없이 남자 7잔, 여자 5잔 이상 주 2회 넘게 음주)도 10년째 15%를 넘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2020년 국제학술지 발표에 의하면 2016년 기준 국내 암 유병자의 약 4.8%가 음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한 의료비는 1000억원, 조기 사망에 의한 생산성 손실 같은 간접 비용은 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88118&code=14130000&cp=nv